션 앨리스 책에서는 AARR로 나누어서 방법론을 설명하고,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씬에서는 AARRR라고 Referral을 추가한 지표가 가장 흔하게 쓰인다(이 지표를 처음 말한 사람이 몹쓸을 했어도 프레임은 유효하다). 나는 이 줄줄이 늘어선 알파벳들을 볼 때마다 R 하나만 대문자로 쓰거나 볼드로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표들은 도울 뿐. 결국 Revenue의 R이 없으면 나머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는대도 남의 돈은 어느 날엔 가는 다 타게 되어 있고, 그 어떤 큰 꿈을 꾸는 조직도 어느 순간에는 매출을 챙겨야 한다.

이미지 출처: http://www.digitallitmus.com/

Revenue를 올리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LTV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나 그로스팀은 때로 퍼널의 윗부분(AA)에만 집중한 나머지, 퍼널의 아랫부분은 챙기지 못하거나 또는 거기까지는 우리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결국 궁극적인 매출 포텐을 터뜨리는 일에는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모네타이제이션 성장 전략을 다룬다(고 멋있게 쓰고 싶지만 실제로는 션 앨리스 책의 8장을 요약하면서 겉가지를 더했다). 물론 세부적인 디테일은 사업 모델에 따라 다르며, 이에 따라 사용하는 초식/전술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리테일이라면 크로스셀, 업셀, 뭐시기 셀이라고 부르건 간에 결국 우리가 파는 물건을 더 사게 함으로써(액수를 늘리거나 갯수를 늘리거나) 고객님의 지갑으로부터 우리 지갑으로 꽂히는 돈이 더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SaaS 모델의 핵심은 새로운 구독(subscription)을 늘리거나 잡은 고기들이 리뉴얼하도록 만들고, 이를 몇 년간 지속한 후 결국 더 비싼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스타트업의 경우 광고 인벤토리를 늘리거나(ex. 페이스북이 광고를 사이드에만 달다가 타임라인에도 달던 때처럼) 광고주들이 우리 광고 매체를 더 비싼 가격(ex. 대표적으로 비딩 시스템 도입)에 사도록 한다. 흐흐흐. 글로 사업하는 건 참 쉽습니다요.

모네타이제이션 퍼널 탐색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험을 시작할 만한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통틀어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 어느 구멍에서건 매출을 늘릴 기회가 더 있나 찾아본다. 매출 성장의 걸림돌(예: 결제 프로세스)를 찾아서 개선하는 일이 되겠다. 사업 모델에 따라 탐색해볼 만한 포인트는

  • 리테일: 거의 구매 퍼널과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 판매하는 아이템을 디스플레이해서 보여주는 화면, 쇼핑카트, 페이먼트 페이지 등이 중요하다.
  • SaaS: 기능/플랜별 or 애드온/업그레이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페이지.
  • 광고 모델: 광고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페이지. (현재 광고 슬랏을 안 넣었더라도)

이러한 실험을 통해 고객 여정에서 가장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지점(션 앨리스는 pinch point라고 표현한다)을 찾는다. 포텐이 덜 터진 부분이 다시 말하면 손실이나 다름없다. 나쁜 전환율이나 높은 불편을 보여주는 부분을 개선하면, 지표도 나아진다. 이 과정은 때로 지난하지만, 이런 개선/개편을 겪어보면 임진석표현대로 그 손맛은 잊기 힘들다.

이커머스의 경우 쇼핑 아이템을 골라서 구매를 완료하기까지가 죄다 이탈 가능성이 있는 위험 지대로, 2016년 Monetate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웹사이트 방문자의 9.6%만이 아이템을 쇼핑카트에 담으며 이 중, 3%가 안되는 수만이 구매까지 완료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쇼핑카트에 뭔가 담아만 놓고 그 순간 지름신이 덜 내려오셔서 결제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너 님 안사요? 하고 메일을 보내지 않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이 서비스는 pinch point를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 씨는 꼼꼼하고 친절하시다(…)

SaaS의 경우 플랜/가격 페이지가 최적화가 덜 된 경우가 많다. 전환이 잘 되는 프라이싱 페이지는 몇 가지 특성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 특성은 어디까지나 기본일 뿐, 실제 적용해 봤을 때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 심플하고 이해하기 쉬울 것: 이해하기 힘든 기능이나 심한 디테일은 생략하기
  • 정렬과 추천: 가장 비싼 제품부터 싼 제품 순서로 정렬하되, 추천하는 플랜을 표시해 줄 것. 비싼 제품부터 표시하는 이유는 가격에 대한 앵커링1)https://en.wikipedia.org/wiki/Anchoring 때문이다. 심리학자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처음 발견한 이 편향에 따르면, 비싼 옵션에 먼저 노출되면 그 가격이 기준점으로 작용해, 다음에 보게 된 옵션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
  • 컨버전 부스팅 기능: 꼭 무료 옵션을 포함하고, FAQ와 라이프 채팅 기능을 넣어 바로 상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고려한다.
  • 카피나 컬러를 신경쓰고, 리스크를 줄여주는 설명을 넣을 것: 플랜의 제목을 사용자 세그먼트로 표시한다거나, 추천하는 플랜을 다른 플랜과 대비되는 색상을 사용하고, CTA 버튼을 최적화 하고, 기 사용 고객의 로고나 endorsement를 넣어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줄인다.

<에버노트, 드랍박스, 오피스365의 플랜 설명 페이지. 각 페이지에 대한 코멘트는 생략하겠어요.>

광고 모델의 경우 광고를 컨수밍 하는 경험이 제품 경험을 해쳐서 유저를 떨어져 나가게 하거나 광고 메세지/이미지가 눈에 안 들어오게 만들어진 경우가 흔하다. 또한 이런 모네타이제이션 퍼널 탐색은 기존 분석 도구 외에 데이터 분석이 별도로 필요한 경우가 많다.

매출 코호트(동질 집단) 분석

수익성 높은 그룹 대비 수익성 낮은 그룹의 코호트를 분석해 본다. 예를 들어 섭스크립션 플랜에 따라 / 연간 구매액에 따라 지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이다. 광고 모델의 경우 ARPU뿐 아니라 특히 광고에 대한 engagement의 정도에 따라 총 사용 시간 / 세션 별 페이지나 스크린 수/ 세그먼트를 나누어서 유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세그먼트를 나눌 때는 리텐션을 성장시켜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 나이, 성별, 구매 이력, 주사용 기능(feature), 고객을 끌어들인 채널(ex. 구글 광고, 리퍼럴 프로그램),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하는 디바이스 종류, 웹브라우저 종류, 주어진 기간 동안의 방문 횟수, 첫 구매 또는 액션(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름)한 날짜 등과 같은 속성에 의해 나눠볼 수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매출과 각 세그먼트의 상관성을 보는 것이 실험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의류 쇼핑몰에서 “오피스룩”로 검색해서 들어온 뒤 웹사이트에 가입한 세그먼트와 그렇지 않은 세그먼트를 나누어서 살펴봤을 때, “오피스룩”로 검색해서 들어온 세그먼트가 잔존율이 높았다고 하자. 여기까지는 리텐션 관련 지표에 해당한다. 잔존율이 높은 경우 LTV도 높을 가능성이 높은데, 다시 매출과의 상관을 살펴보니 건당 구매액이 다른 세그먼트보다 높고, 변심에 의한 반품율도 낮았다. 이는 오피스룩을 검색하는 세그먼트의 경우 지불가능액이 높을 가능성 의미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교환/환불에 덜 민감한 세그먼트로 볼 수 있겠다. 이 검색어로 들어온 집단의 LTV를 늘리기 위해 별도의 크로스셀/업셀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 볼 수 있다.

구매자 퍼소나 분석

비슷한 특성을 지닌 그룹끼리 나누어 본다. 보통 마케팅이나 UX에서 이야기하는 퍼소나 만들기와 비슷하다. 그로스팀은 이 그룹에 따라 이메일 마케팅 메시지를 커스터마이징 한다거나, 랜딩 페이지를 다르게 보여준다거나, 각 그룹에 따른 프로모션 오퍼링을 다르게 기획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아직 고객 베이스가 충분하지 않다면, 내부 멤버 중 누군가를 퍼소나로 쓰기도 한다. 폴 같은 사람이 유료 플랜을 결제하게 하려면 뭘 하면 좋을까? 하고 묻는 것이다.

고객 서베이 또는 일상적인 피드백

고갱님 어떤 기능이 가장 좋으셨습니까? 지금은 없는 새로운 플랜을 원하십니까? 판매 목록에서 개선이 필요한 카테고리가 있나요? 이런 식으로 뭘 원하는지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구매액을 올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션 엘리스는 설명한다. 그러나 피쳐 크립이 되거나, 기업의 일관성을 해치게 되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아마존이 지난 20년동안 그들이 파는 카테고리를 정말 천천히 야금야금 확장한 것, 페이스북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 것 같은 걸 떠올려 보자. 뭔가를 추가할 때는 고객이 가치있다고 느끼고 기꺼이 구매하고자 하는 혜택을 제공해야 하며, 단순히 선택지를 늘리는 건 의미가 없다. 눔 멤버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구매한 고객에게 “왜 안 살 뻔 하셨나요?”를 물어서 다른 feature 개선작업보다 우선 순위를 높게 반영한다고 한다. 비고객이 주는 피드백은 근거를 찾기 힘들지만, 구매를 완료한 사람이 허들로 느꼈다고 말하는 부분은 개선하면 분명히 전환율이 오른다고.

유저보이스와 같은 제품 피드백 솔루션을 사용해서, 고객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기능을 계량하고 우선 순위를 매기는 방법도 있다. 가장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따로 빼서 유료 플랜으로 넘기거나, 사용 가능한 횟수나 용량 제한을 두어 부분 유료화를 시도할 수 있다.

Uservoice의 Product Prioritization 기능 설명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한 오퍼링 개인화

개인화는 모네타이제이션에 있어서도 훌륭한 전술이다. 고객이 웹사이트나 앱을 방문했을 때 보이는 화면이나 이메일이나 푸시 메시지를 개인화 하는 것이다. 고객의 검색 히스토리나 구매 패턴, 그 고객과 비슷한 다른 고객의 습관등을 분석해 추천하는 엔진이 잘 되어 있다고 알려진 회사들은 다 이 영역을 잘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마존 고객은 다 자기 버전의 아마존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과하면 곤란하다. 실행의 디테일에 따라 백파이어가 있을 수도 있다. 추천을 너무 깊이 해버리면 프라이버시 이슈가 생긴다. 타겟(Target)의 도시 전설이 좋은 예다. 틴에이저가 임신을 했는데, 이 사실을 부모에게는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타겟은 아기 옷이나 기저귀 추천을 해주었고, 아버지는 열이 받아 십대에게 이런 광고를 하다니 제 정신이냐고 따졌다. 나중에 매니저가 사과하려고 하니 아이고 우리 딸이랑 얘기해봤는데 임신한 게 맞대… 미안. 이랬다는 스토리. 이런 데이터 마이닝과 개인화는 잘못하면 매출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소시킬 수도 있다. 또한 이메일 마케팅이나 앱 푸시도 고객을 나누어서 반응을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내보내거나 고객의 과거 행동에 기반해서 내보내야 한다.

세일즈 오토메이션

여전히 퍼널의 맨 마지막 단계는 디지털이 아닌 사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SaaS 모델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이상적으로는 웹사이트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국가별로 세일즈맨을 고용하거나 리셀러를 두는 이유는 마지막 구매의 순간에 아무래도 사람이 개입하면 구매전환율이 올라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오토메이션에 이어 세일즈 영역도 오토메이션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이를 도와주는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겼다. 아래의 도구들을 참고하자. 둘 다 한국어 이용자에겐 아직 의미가 없다. 게다가 아무래도 세일즈맨이 나타나 얼굴을 보여주고 물건 팔기에 어려움이 없을 만큼 좁은 나라이니, 한국에서 이 영역까지 오토메이션이 일어날 수요가 있을지는 의문스럽긴 하다.

outreach.io

PersistIQ

References   [ + ]

1. https://en.wikipedia.org/wiki/Ancho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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